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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시선] 작은 브랜드 전성시대

글 노인호

<기획자의 시선>
프로젝트룸 대표 기획자 노인호의 지극히 개인적인 업계 관찰 & 인사이트 공유 칼럼.


취향의 세분화
미디어의 발전으로 개인의 취향이 세분화되기 시작했다. 전국민이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시청률이 무려 50% 가까이 나오던 때는 옛말이다. 이제는 시청률 10%도 나오기 어렵다. 이제 더 이상 모두를 만족시킬 필요가 없다. 대중의 취향이 세분화될수록, 내게 맞는 소수의 시장만 찾으면 생존할 수 있다. 애초에 각자가 속해 있는 시장이 다르니, 대기업과 경쟁할 필요도 없다. 유튜브 구독자 수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대중의 인기를 구가하는 것보다, 소수의 열렬한 팬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즉, 브랜드가 '작음'을 추구하는 것은 의도된 생존 전략이다. '작은 브랜드'는 반드시 이기는 싸움을 하겠다는 다짐이다.

한낱 동네 카페가 스타벅스와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작은 동네'에서만큼은 '작은 카페'가 스타벅스를 이길 수 있다. 작은 브랜드만의 솔직함과 고집스러움, 민첩함과 유연성, 집요함과 진정성에서 나오는 고객과의 관계 구축은 대기업이 감히 따라올 수 없다.


작은 브랜드란 무엇인가
작은 브랜드는 새롭게 생겨난 것이 아니다. 작은 브랜드는 언제나 우리 주변에 존재했다. 어렸을 때부터 매일 즐겨 가던 동네 구멍 가게가, 동네 주민들이 즐겨 찾는 작은 카페와 식당이 모두 작은 브랜드다. 이는 비단 오프라인 매장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소수만이 열광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B급 영화, 서브 컬처, BJ와 유튜버 등이 전부 작은 브랜드라고 볼 수 있다.

작은 브랜드의 핵심은 '작은 시장 규모와 희소성'이다. 작은 브랜드는 의도적으로 시장 규모를 축소하고, 희소성의 축을 극단적으로 높인다. 작은 브랜드는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과 메시지 그리고 문화에 공감하는 소수를 위해 존재한다.


단, 브랜드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된다.
마케팅에 대한 정의는 브랜딩에 대한 정의만큼이나 모호하고 광범위하다. 사람마다 정의의 기준과 범위가 다르지만, 만약 마케팅을 ‘판매를 유리하게 만드는 모든 행동’으로 정의한다면 브랜딩은 반드시 하위 개념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관점에서는 브랜딩이 마케팅의 수단으로서 ‘잘 팔기 위한’ 전략이자 수단으로서 존재한다. 그러니 브랜드를 예술 또는 자아실현과 혼동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 몇 년간 브랜드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너도 나도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하게 되면서 이 '브랜드의 함정'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마케팅 관점의 브랜딩에서, 브랜드는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하는 브랜드는 어쩌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비즈니스는 내 서랍 속에 들어있는, 나만 알고 싶은 소중한 일기장이 아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하고 작은 브랜드를 운영하게 된 이유가 돈을 벌기 위해서인지, 꿈을 이루기 위해서인지, 자아실현을 위해서인지,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인지, 스스로에게 자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답은 이미 당신의 마음속에 있다.



노인호
기획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