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무척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하고 계시죠. 그래도 감독님의 주축이라고 하면 신해경님이랑 지소쿠리 클럽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두 팀의 색깔이 완전 다르잖아요. 뮤비 작업하실 때 각각 어떻게 접근하는 편이세요?
이 작업을 누가 보는지에 대한 생각을 제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가령 ‘이상한 경치’를 예로 들자면, 템포가 엄청 느려요. 신해경을 모르거나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보기 힘들다 싶을 정도거든요. 그런데 그건 다 이유가 있어요. 그만큼 곱씹어서 듣고, 봐야하는 작업이기 때문이에요. 신해경의 음악은 감정의 표현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이런 기준들이 전반적인 연출에도 영향을 미치죠. 색깔 조명도 더 많이, 더 다양하게 쓰고 하는 식으로요.
반면에 지소쿠리 클럽은 지루하지 않게, 더 템포감이 느껴지게 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써요. 작업 과정에서도 아이디어를 내거나 하는 게 더 열려있고,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찍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밖에 새로운 아티스트와 뮤비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건 아티스트가 어떤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보여지고 싶은지인 것 같아요. 예쁘게 보이고 싶을 수도 있고, 친근하게 보이고 싶을 수도 있고 아니면 예술가처럼 보이고 싶을 수도있는 것처럼. 저는 큰 틀에서 봤을때 아티스트에 대해서, 곡에 대해서 광고를 한다고 생각하고 작업하고 있습니다.
작업자로서의 고유함에 대하여
대화하면서 느끼는 건데, 감독님은 성격 자체가 단순하고 조급함이 없으신 편인 것 같아요. 뭔가 여유가 느껴진달까요.
아녜요, 저 엄청 조급한 편이에요.
정말요?(웃음) 어떤 면에서 그래요? 타인의 인정? 아니면, 금전적인 부분?
저만의 고유함에 대한 조급함이 있는 것 같아요. 진짜 부끄러운 얘기지만,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저는 제 뮤직비디오가 나오면 세상이 발칵 뒤집힐 줄 알았어요. 제 작업들은 다 크레딧이 짧거든요. 보통 그 정도의 퀄리티를 내려면 크레딧이 굉장히 길어야 하는데 저는 길어야 다섯 줄이예요. 제가 거의 다 하거든요. 그게 저만의 어떤 자부심이었죠. 가성비가 좋은 감독(웃음).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걸 신경 안쓰더라고요. 오로지 작품이 좋은가, 아닌가. 이 기준으로 봐주시는 거에요. 그 사실을 깨닫고 나서 생각했어요. 이게 나의 독보적인 강점이 될 수 없다면 나만의 고유함을 위한 넥스트 스텝은 뭐가 돼야 할까. 그걸 어디서 찾아야 할까. 거기서 오는 어떤 갈증같은 조급함이 있어요. 어떤 작업을 하든 그게 항상 밑에 깔려 있는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진짜 그렇네요. 감독님 작품은 다 크레딧이 짧아요. 뮤비 타이포 작업도 다 직접 하시는 거죠?
네, 민망하지만 그렇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크레딧 한 줄 한 줄이 다 돈이기 때문에(웃음). 보통은 예산이 한정적인 경우가 많아서 왠만한 것들은 직접 제가 다 하고 있어요. 물론 매번 모든 걸 다 혼자하진 않고요. 작업에 욕심내다보면 남는 게 없을 때도 많죠.
그럼 짖궃은 질문 한 번 해볼게요. 예산이 없다시피 했는데 결과물이 좋았던 작업도 있나요?
지소쿠리 클럽의 ‘work shit sleep’이랑 ‘get my money back’이 그랬는데요. 제작비가 거의 안들었는데 결과물이 꽤 좋았죠. 특히 ‘work shit sleep’ 같은 경우는 원래 촬영 예정도 없었다가 갑자기 찍은 거거든요. 발매가 일요일인가 그랬는데. 목요일에 지소쿠리 클럽 친구들 만나서 노래를 처음 들었어요. 그런데 너무 좋은 거에요. “아 이거 뮤직비디오 찍으면 좋겠는데?” 제안했죠, 진짜 즉흥적으로(웃음). 그래서 다음 날 모여서 빠르게 찍고, 토요일날 편집하고 일요일날 릴리즈 했어요. 다행히 다들 좋아해주시더라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