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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LANNER’S PERSPE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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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시선 #2
Jun 07. 2023





조작된 세상: 광고의 홍수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로 인간의 행동 양식은 지난 수만 년 간 유례없던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클릭 몇 번으로 전 세계를 연결하고, 유행을 범지구적으로 공유하며, 누구나 손쉽게 양질의 정보를 습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정보의 불균형은 존재한다. 디지털 환경은 누구에게나 개방적인만큼 누구나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 유령 팔로워와 가짜 리뷰는 언제든지 만들어낼 수 있고, 그저 그런 제품을 자극적인 광고로 많이 파는 짓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국은 검색 엔진 시장 점유율에서 구글보다 네이버를 더 많이 사용하는 특이한 나라다. 구글은 웹 문서 형태의 단조로운 검색 결과만을 제공하는 반면, 네이버는 쇼핑, 뉴스, 블로그, 카페, 지식인 등 수많은 형태로 제공한다. 검색 포털보다는 매거진에 가깝다.
    문제는 이 문서들은 전부 조작(어뷰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언론사는 돈만 내면 글을 써주고, 블로그나 카페는 노출에 용이한 계정을 다수 보유하여 상위 노출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속칭 ‘실행사’들이 존재한다. 지식인은 더 가관이다. 질문도 직접, 답변도 직접 한다. 이를테면 질문자가 '강남역 맛집 추천해 주세요'라고 질문하면, 답변자가 '제가 가본 강남역 맛집 중에는 A가 최고입니다.'라고 답변을 다는 방식인데... 실제로는 질문자와 답변자가 모두 같은 경우다. 더 나아가서 네이버 쇼핑 탭의 순위 또한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며, 지금은 사라진 *실시간 검색어도 조작이 가능했다. 연관 검색어는 두 말하면 입만 아프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몇 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마약 베개는 계란 판 위에 베개를 올리고 밟아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푹신하다는 광고를 통해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실제 제품은 그저 그런 평범한 베개였고, 광고만 보고 혹해서 구매한 고객들은 상당한 불만과 실망감을 표출하였다. 한 회사는 **페로몬 향수라며 이 제품을 사용하고 밖에 나가면 여성들이 말을 걸고 싶어 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형태의 광고를 만들어 남성들의 욕구를 자극했다.
    어설픈 허위/과대광고이지만, 영상 및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자극적인 마케팅 방법론이 통한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수많은 기업들은 일제히 비슷한 방법으로 마케팅을 시작했다. 이때 당시에는 그저 그런 제품, 혹은 쓰레기 같은 제품도 자극적인 영상과 콘텐츠를 만들어내면 팔린다는 공식이 만들어졌다. 믿기 힘들겠지만 실제로 이 방식은 잘 먹혔다.
    미디어 커머스 또는 콘텐츠 커머스라고 불리는 기업들이 생겨났으며, 이들이 출시하는 제품은 연일 승승장구하며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대퍼포먼스 마케팅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전통적 매체(TV나 라디오 등)를 활용한 방식을 탈피하고, 검색 매체와 SNS 등을 활용한 콘텐츠가 두각을 나타낸 것이다. 심지어 성과 추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퍼포먼스 마케팅은 더 확실한 마케팅 방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고객들은 금세 지쳤고, 이러한 방식은 오래가지 못했다. 자극적인 광고를 보고 구매한 제품이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실망스러운 경험을 자주 하게 되자, ‘믿고 거르는 페북템’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디어 커머스 기업들은 점점 고민이 많아졌다. 광고를 잘하면 잘 팔린다는 것이 검증이 되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재구매가 일어나지 않았으며, 매출이 점점 하락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제품의 경쟁력을 높여야만 했다. 이때부터 미디어 커머스 기반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R&D 센터를 설립해 역량을 강화하거나, OEM에서 자체 생산으로 변경하기도 했는데, 이미 훼손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디지털 환경이 더욱 고도화되고, 시장 참여자들이 계속해서 성숙해짐에 따라 더 이상 어설픈 눈속임이나 상술은 통하지 않는다. 이제 고객들은 마약 베개가 생각만큼 편하지 않다는 사실을, 페로몬 향수가 이성을 유혹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실시간 검색어 기능이 사라지기 몇 달 전부터 모든 검색어는 각종 금융 기관과 앱 서비스의 퀴즈 이벤트 등으로 도배되었다. 토스 행운 퀴즈, 캐시워크 돈 버는 퀴즈 등이 대표적인 예. 한동안 광고 도배 및 조작으로 말이 많아지자 현재는 기능을 없앴다.

**몰래카메라 포맷을 가장한 광고인데, 이 페로몬 향수를 뿌린 남성이 지나가면 여성이 고개를 돌려 그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고, 더 나아가서는 번호를 물어 본다거나 하는 희망을 심어주는 꿈만 같은 내용의 광고이다. 물론 당연히 말도 안되는 광고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인간은 페로몬이 없으며, 페로몬이 있다고 한들 그것을 감지할 수 있는 기관이 퇴화되었다고 한다.



    기획자의 시선

프로젝트룸 대표 기획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
A PLANNER’S PERSPECTIVE

A Personal Note from Project Room’s Direc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