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만들고 돕는 일을 합니다. We create and support brands. ブランドをつくり、支える仕事をしています。
빈틈을 남기는 디자인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에 더 오래 눈이 머문다. 뜻이 하나로 닫히지 않는 것들. 때로는 특별한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사물을 더 흥미로워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 모든 디자인은 반드시 완벽하게 설명되어야 하는가?
선 하나가 어디에서 왔는지, 컬러는 무엇을 상징하는지, 어느 부분을 차용했고, 그것이 브랜드의 철학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흔히 잘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아이덴티티에는 언제나 빈틈없는 이유가 따라붙는다. 그런데 너무 잘 만든 것은 또 너무 잘 만든 티가 너무 나서, 어쩌면 그것도 하나의 촌스러움이겠다.
디자인에는 보통 이유가 있고, 특히 아이덴티티 디자인에서 ‘논리'는 필연적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그런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두뇌 조수가 생긴 뒤 논리의 값이 많이 싸졌다. 정보를 정리하고, 관계를 찾아내고, 흩어진 것들을 하나의 그럴듯한 구조 안에 넣는 일은 이제 그들이 대신할 수 있다. 키워드 몇 개만 입력해도 제법 거창한 언어적 정체성이 생기고, 핵심 가치와핵심 가치와 슬로건, 디자인의 근거까지 그럴싸하게 번역한다. 이런 ‘정합성’ 자체가 브랜드 디자이너나 전략가의 중요한 능력 중 하나였다면, 이제는 그것만 잘해서는 조금 (많이) 심심하다.
논리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시대라면, 사람의 몫은 무엇일까. 적어도 AI는 직관(Intuition)을 가질수 없다. 너무 완벽한 것들만 있으면 재미가 없는 법. 가끔은 설명 없이 사진 한 장만 띡 올리는 용기도 브랜드에겐 필요하다. ‘전략은 단단하게, 표현은 유연하게!’ 작은 브랜드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완벽한 시스템보다 오너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취향과 태도가 아닐까. 이상하게 살짝 비껴간 태도가 꽤 비싸 보인다.